アンセ
From This Moment On
개인 로그/시모다 유키오 + 4 post
수많은 사랑 중 하나의
2025.02.14

https://www.youtube.com/watch?v=IQE8ZmUxUqU

 

 

 

 세상에는 수많은 종류의 사랑이 있다고들 한다. 연인이나, 친구 또는 가족 같은…. 그런 것들 중에서도 무엇을 바라고 있었는가? 그런 것은 없었다. 첫사랑이라던가 그런 것을 바란 적도 없었지만, 누군가의 사랑이 되고 싶었던 적은 더욱 없었다. 그런데, 벌써 2년이던가.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고, 그 사람과 결혼까지 하게 된 것이. 품에 안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대해 기쁨을 느꼈던 순간부터, 누군가의 시선 끝에 닿았다가 눈을 마주치고 웃게 되는 일에 대한 기쁨도 천천히 알아가던 순간을 떠올려 보면 모두 한 사람이 내게 안겨준 기억이었다.

 사랑하는 이름이 있다. 사랑이 담긴 이름이 있다. 그 이름에 들어간 것은 어떤 이유에서 붙여진 것인지도 잘 알 수 없지만, 내게 있어서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수많은 감정을 안겨주었다. 외면해온 삶들이, 이해하지 못했던 순간들이 한순간에 내게 와 닿았던 그날부터 지금까지 눈앞의 사람은 그러했다. 함께 밖으로 나서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을 턱을 괴고서 지켜보다, 함께 바삐 살랑이는 분홍빛 머리칼에 한 번 시선을 두었다. 밝은 금빛과 함께 뒤섞여 화창한 봄날을 내게 와 안겨준다. 개나리 꽃과 벚꽃이 함께 핀 봄의 어느날이면 이런 느낌일까. 그런 지극히 평범하고 내 나름의 사랑을 담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된지는 얼마나 되었더라. 사람을 보면 모두 똑같다고 생각했더랬다. 손이 많이 가는 사람, 손이 많이 가지 않는 사람. 고작 그런 식으로 사람을 분류했던 것은 도대체 언제였더라, 그마저도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았다.

 사랑이라는 게 내게 찾아온지는 내 삶을 통틀어 고작 반절이 조금 안 되는 시간일 터인데, 눈앞의 사람은 내게 너무나도 많은 시간을 잊게 만드는 마법을 부릴 수 있었다. 예를 들면, 맑은 녹빛이 이쪽을 볼 때라던가…. 그런 생각을 하자 요술이라도 부린 것인지, 말로 그를 불러버린 것인지 그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단숨에 눈가가 예쁘게 곡선을 그리며 접히고, 입이 활짝 벌려진다. 호선을 그린 고운 입술은 나를 보며 "윳 쨩!" 하고 부르며 내게 손을 흔들었다. 분명 아까도 왔고, 분명 조금 뒤에 있을 일정에도 함께 손을 잡고 나설 테다. 그런데도 괜히 반겨주는 것에 마음이 간질거렸다. 이게 사랑이다, 그리 느끼니 무엇보다도 애절한 감정이 올라왔다. 어쩜 사람이 이렇게까지, 사랑이라던가 애틋함이 방울진 것을 합치고 또 합쳐 만들어낸 것 같은 존재일 수 있을까? 보고만 있어도 이리 기쁠 수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어 괜히 그 말에 답하지 않았다. 가끔은 너무나도 꿈 같았으니까. 옛날의 나라면 이런 생각을 했을까?

 그리 나 자신에게 되묻는다면 당연하게도 아니라고 할 터다. 그런데, 너는 그런 게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 사실은 지금의 나를 옛날과는 다른 사람으로 만들었고, 이따금은 집중력을 흐트리기까지 했다. 완전히까지는 아니더라도, 무척이나 다른 사람이 된 나를 너는 어떻게 생각할까. 분명히 나를 사랑하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가끔 그렇게까지 가면 어떤 답을 들을지 울렁였다. 두둥실 떠오르기도 하고, 스르르 흘러내리기도 하고…. 전례없이 일렁이기도, 기묘할 정도로 고요하기도 했다. 심장은 언제나 이런 식으로 네게 동요했다. 두세 번은 더 부르고도 부족해 네가 내 쪽으로 다가올 때까지도 아무런 말도 할 수 없는 감정을 너는 알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제 앞에 선 화사한 색상을 모두 삼킨 듯한 이가 시선을 맞춰왔다. 윳 쨩, 그런 호칭부터 시작해서 다른 생각 하고 있었느냐고 묻는 다정한 목소리가 이 사람의 성격을 보여주는 듯했다. 다시금 돌이 던져진 호수처럼 그 목소리에 맞춰 가슴 한켠에 파동이 일었다. 그제야 시선을 맞추고는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며 홧홧해진 귀끝을 손으로 감쌌다.

 

 "에~ 그냥 있었는데에~ 필요한 거라도 있어?"

 

 어찌 보면 무심해 보일 수도 있는 말이다. 하지만, 이것만큼 내가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할 수 있는 말도 없으리라. 일정 이상으로 따끈해진 귀끝이 곧 내 머리색과 다를 바가 없어질 것만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 눈앞의 이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려다, 평소보다도 무엇을 계획한 것인가가 티가 나는 말투에 저도 모르게 웃음을 한 번 흘리고 말았다. 모르는 척이 더 하고 싶어도 너는 그러지 못하게 만드는 능력이 있었지, 그런 감상을 마음 속에 한 줄 남기고서.

 

 "그런 게 아니라! 윳 쨩은 오늘 계획 같은 거 따로 없는 거 맞지?"


 "없을걸~ 윳키도 비밀은 있어야지?"

 

 그게 뭐냐며 웃는 얼굴은 여전히 사랑스럽다. 그런 얼굴에 대고 살며시 코끝을 톡 두드리고, 이제 다시 준비하러 가라며 보내버리고는 다시금 자신만의 생각 속에 잠겼다. 없을걸이라는 말 또한 거짓말이다. 없다, 라고 하기에는 이리저리 수소문을 해서 좋은 꽃을 준비해뒀고, 그것은 오늘 우리가 탈 차량의 뒷좌석에 몰래 숨겨뒀으니까. 남들은 꽃을 참 좋아한다고들 하지만, 나는 그것이 왜 좋은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다만, 화사한 것이 참 내 사랑에게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꽃은 무엇이었더라, 엄청나게 화려하지는 않았더랬다. 천일홍이라고 했던가? 붉은 색상이 좋겠지 싶어서, 작고 예쁜 것이 어울려서, 좋은 향이 나는 것들이 좋다던가 그저 받고 좋아할 것만을 생각해서 그 꽃을 선택했더랬다. 내 나름의 최선은 그 꽃의 꽃말을 기억하는 것 정도였지만. 꽃다발은 어떤 게 강하게 기억에 남는지를 잘 몰랐고, 이런 것에 신경을 쓰게 된지도 얼마 되지 않았더랬다. 그리고는 그 꽃다발을 안고 같이 저녁 식사를 하고, 사랑을 속삭일 생각 하나 정도 했던 게 다였으니까. 프리저브드 꽃다발이라는 게 생기면서 꽃이 시들지 않게 되고, 영원히 남길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하더라도 결국 완벽히 사라지진 않을 것이 생긴다는 게 좋았다. 영원한 사랑, 그것이 어떤 형식의 사랑을 뜻하기 위해 붙여진 꽃말인지는 몰라도 나는 그에게 전하고 싶은 것들이 있었고, 거기에 가장 맞는 것이 이것이라고 생각했다. 영원히 너를 사랑할 것이다, 형태가 변하더라도. 고작 결혼 2주년 정도에 이런 소릴 하는 것은 너무 낯간지러운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사랑의 형태가 어떻게 변할지는 누구도 모른다. 계속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면 좋겠지만, 언제까지나 변치 않는 것은 바라지 않았다. 오히려 더 커지거나, 형태를 조금 바꿔 더욱 안정적인 사랑이 되어도 문제가 될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다만………. 역시 가장 욕심이 나는 것은, 이 사람의 곁에 계속 함께 있으며 함께 이런 식으로 동요하고 싶단 마음 하나겠다. 누군가에게 이렇게까지 동요하고 사랑한다 말할 수 있는 삶을 얻어내기까지는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으니까, 그런 바보 같은 이유가 아니라 오직 사랑을 알게 만든 이 사람이 너무나도 소중했으니까. 이런 말을 상상으로 하고, 직접 전하게 될 수 있기까지 모든 과정에 있었던 사람이었으니. 괜히 애틋해지는 마음을 느리게 토닥여 잠재우고서 낮은 콧노래를 부르며 다른 방향으로 생각을 돌렸다. 좋은 날에, 나가기 직전에 울컥하는 것만큼 답지 않은 일은 없을 테니까.

 세상에 있는 수도 없이 많은 종류의 사랑 중 우리들은 10년 후, 20년 후에는 어떤 종류의 사랑을 하고 있을까? 어떤 형태가 되어 있을까? 그런 답지 않은 물음을 나 자신에게 먼저 건네어 본다. 렌시는 분명히 내게 웃으며 여전히 사랑하고 있을 거라 하겠지만, 역시 나는 그것만으로는 조금 부족한 것만 같았으니까. 매일 이 사람을 위해 노력하고 싶다, 이 사람에게 기쁠 말을 더 생각하고 싶다. 그런 마음가짐을 그때도 갖고 있을 수 있을까? 그 생각에 지금의 마음가짐으로는 그렇다고 답할 수 있겠지만, 모든 것은 확신할 수 없다는 생각에 이르자 너무 과한 생각이라며 머릿속에서 그런 것들을 지운다. 대신, 하나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새겨넣도록 한다. 사랑이 어떤 형태로 변하더라도, 얼마나 안정되고 얼마나 굳건해져도 이 사랑에 대한 노력을 잊진 말자고.

 계속해서 그 마음을 떠올리자고, 사랑하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뒤늦게 배운 감정들을 모두 써서 끌어안아야겠다고. 그리 다짐하다 보니 자신이 얼마나 다른 사람이 되었는지에 대해 실감할 수 있었다. 타인이 보기에는 얼마나 부족할지 몰라도, 이것은 내가 살아가며 느낀 가장 최선의 방법으로 오랜 세월 이 사람을 내 마음 속에 두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사랑 중 하나의 형태로,

 수도 없이 많은 사람 중 유일하길 선택한 사람으로,

 영원히 사랑하길 약속했으니까 서로를 위한 가장 최선의 방법으로.

 눈을 느리게 감고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보면, 사랑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앞으로도 사랑하려고 노력해야 할, 나의 최선이자 선택이며 후회 하나 만들지 않을 나의 최고의 사람으로부터 명징하게 울려퍼지는 이제 준비가 다 되었다는 말에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곧장 내게 안겨올 테니까, 꽉 한 번 끌어안고 놓아준 뒤 사랑한다고 하자, 말로 주문을 새겨넣고 오늘의 기념일을 맞이하러 가자. 그리 생각하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에 작게 웃음소리를 흘리고서 팔을 벌렸다.

 얼마나 사랑하는지에 대해서는 가늠할 수도 없지만, 그것을 수치로 잴 생각마저도 없는 상태로 네게 말한다. 사랑해, 라고. 어떤 시간이 지나도 너를 사랑할 거라는 다짐이 담겨 있는 것이라는 걸 너는 알고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서도. 나 하나만 알고 있으면 된다. 이것은 내가 가장 사랑한 나의 봄에게 나의 인생을 담아, 최선을 다하겠단 나의 의지니까. 훅, 시원한 향이 풍겨오고 품에는 익숙한 형태의 몸이 안겨온다. 따스한 온기가 퍼지고, 살짝 기울어진 몸마저도 기꺼워 어쩔 바를 몰라지기까지. 느린 손길로 등을 토닥이다, 사랑한단 말을 두어 번 더 남긴다. 어느 수준의 무게를 담고 있는지는 나조차도 알 수 없어도, 우리의 사랑이 어떤 형태로든 영원하길 바라며.

ⓒ yunico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