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이름을 가진 사람에게
좋은 밤이지? 이걸 읽을 시간은 낮이려나~ 여기에 이런 편지를 남기고 갈 사람은 딱 한 사람 뿐일 테니 누군지 따로 소개하진 않을게. 이해해 줄 거지, 여보?
그런 것보다도 이렇게 펜을 들게 된 이유에 대해 더 궁금해 할 것 같네. 실은, 이번에 동료로부터 연애 편지 얘기를 들었거든. 편지는 얼굴을 보이지 않으니 진심을 전할 수 있다고. 마침 어제 싫다던가 엄청나게 투정을 부려뒀으니 한 번쯤은 적어볼까 하고 이렇게 펜을 들게 되었네. 답지 않고 이상하려나~ 남한테 받는 거라고 생각하면서 읽어도 좋아. 어찌됐든 내가 널 사랑한다는 건 변하지 않잖아?
그런 것보다도, 고백할 때는 보통 존댓말을 쓴다고들 하잖아. 그렇다면 매일 고백하는 마음이거나, 또는 그에 준하는 사랑을 담아 쓰는 편지에는 어떻게 쓰는 게 가장 어울릴까 같은 생각을 했는데 역시 첫 연애편지니까 존댓말이 좋겠지, 싶네~ 그럼…. 이 다음 문단부터 잘 부탁드립니다, 내 사랑♡
어떤 말부터 전해야 하려나요? 오늘은 연락이 없어서 미안했습니다, 같은 사과부터 전합니다. 사실은 얼마 전부터 당신의 생각에 일을 하다가도 손을 멈추는 일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문득 떠올랐던 것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돌기 시작하니 틈틈이 연락까지 해버리면 더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가 되어버릴까 봐서 그럴 수는 없었다는 변명을 덧붙여 그 사이 얼마나 큰 사랑을 느꼈는지에 대하여 전합니다. 이 앞으로도 종종 이런 일이 생길 듯하니 이해해 주세요. 같은 소릴 하면 연애 편지에 뻔뻔하단 답이 돌아오려나요.
그렇다면, 다른 이야기를 꺼내어 봅니다. 이틀 전에는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들렸던 노랫말에 당신을 떠올렸더랍니다. 여태 그런 것에 대하여 깊이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었건만, 근래에는 무엇을 하든 당신이 우선으로 떠오르는 감각이 영 이상하기만 합니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사람을 가득 채울 수 있는 것인지, 당신에 대한 감탄이 우선적으로 떠오를 정도라고, 평소라면 하지 않을 말마저도 이 편지에 덧붙여 봅니다.
이따금은 여러 고민에 휩싸이곤 합니다. 어떤 말을 하고 어떻게 전해야 하는 걸까, 하고. 사랑한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한 것만 같고, 또 곁에 있고 싶다는 것만으로는 이전과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태 당신께 나의 사랑을 전부 주었노라고 장담할 수 있었기에 이 앞으로는 어떤 식으로 나의 당신에게 이 마음을 전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이런 모습을 보며 바보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요.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해서라는 생각 하나도 펜을 잡으니 이리도 두서없이 길어지는군요.
이리저리 둘러대려던 의도는 아니었는데 사랑 앞에서는 어찌나 사람이 약해지는지. 남은 말은 얼굴을 보고 전하도록 할 테니, 이만 좋은 꿈을 꾸러 가도록 해요.
꿈에서 만나요, 사랑합니다. 내일도 함께 웃어주세요. 함께 눈을 마주치고 웃으며 보내는 모든 날이 나의 행복의 전부라고 말하며 마무리짓습니다.
앞으로도 사랑합니다, 전하고 싶은 말은 단지 그것뿐이에요.
당신의 연인으로부터